‘소리 없는 저승사자’라 불리는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예고되지 않았던 우연은 없다’는 세상 이치와 마찬가지다. 그 동안 잘못된 생활습관과 무시하게 대했던 전조 증상들이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 10월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을 맞이해 뇌졸중에 관한 잘못된 오해와 상식들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뇌신경센터 유경호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뇌졸중, 자가 응급대처가 중요하다?
뇌졸중은 빠른 처치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에 얼마나 잘 응급대처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응급대처는 병원으로 빨리 이송하는 일이다. 절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집에서 취할 수 있는 응급조치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섣부른 조치를 할 경우 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의식이 나쁜 환자에게 기사회생의 묘약이란 걸 입에 억지로 밀어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오히려 심한 흡인성 폐렴을 유발시킬 수가 있고 또 손가락을 바늘로 마구 딴다든지 하는 경우 후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절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일단 주위 사람이 뇌졸중이 발생했다고 하면 절대 당황하지 말고 지체 없이 가능한 한 빨리 큰 병원으로 환자를 옮겨야 한다.
◆ 뇌졸중은 질병의 끝이다?
뇌졸중으로 입원했다는 말을 들으면 다들 ‘인생의 끝’을 직면한 듯 절망한다. 뇌는 일단 손상되면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뇌졸중은 질병의 시작이 아니라 질병의 끝이다' 등등의 비관적 사고방식에 환자 치료나 예후 판단에 상당히 회의적이었고, 오직 뇌졸중 발생 후 합병증 치료와 재발방지에만 역점을 두었었다.
그러나 최근 20여년간 신경과학의 눈부신 발달과 뇌졸중의 병태생리학적 과정이 점차 밝혀짐에 따라 치료측면에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단순히 뇌졸중을 불치의 병으로만 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해야 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뇌는 병리학적으로 손상을 입게 되면 영구적으로 남게 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급성기를 잘 넘기고 나면 발병 후 빠르면 수 일에서 수 주 길게는 2년까지의 회복단계를 거쳐서 때로는 완전히 정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뇌의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손상 받은 뇌세포가 되살아나서가 아니라, 주위의 정상 뇌 부위가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의 치료도 물론 중요하지만 환자 자신이 낫겠다는 굳은 의지와 부단한 노력과 또한 가족들의 따뜻한 정성이 환자의 회복에 중요하다.
◆ 뇌졸중 치료, 유명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뇌’의 문제다.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다보니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수술을 잘 한다는 병원’,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으려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뇌졸중이 일단 찾아왔을 땐 이것은 그 다음 생각해도 늦지 않는 문제다.
뇌졸중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이 발생한 후 얼마나 빨리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가에 달려있다. 이는 뇌혈관장애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을 받을 때, 물론 일부분은 발병 즉시 뇌세포 괴사가 일어나지만 그 주변부의 뇌세포들은 일시적으로 그 기능은 소실되나 생명력은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혈류량을 올려주면 재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위를 그대로 방치해 수 시간 경과하면 결국 이 부위도 괴사가 일어나 되돌릴 수가 없다. 따라서 환자가 발병 후 2~3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한다면 이에 대한 치료가 가능해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으며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응급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은 물론이고, 가까운 병원이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경색 발병 3~5시간내 시행할 수 있는 혈전용해제요법은 완벽한 의료시설을 갖추고 뇌졸중 전문 신경과 의사가 적절한 적응증 판단이 가능하고 치료 후 집중감시관찰이 가능한 중환자실이 갖추어진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가까운 병원을 찾았을 때 해당 병원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신속하게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으로 옮길 수 있으니 스스로 큰 병원, 유명 병원을 찾겠다고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된다.
◆ 뇌졸중은 예방할 수 없다?
뇌졸중을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사고’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뇌졸중도 예방 가능한 질환이다. 중년기가 되면서 정기적인 의사의 진찰을 통해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 등에 대한 조기발견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질병이 있다면 지속적인 치료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또한 이와 더불어 흡연이나 지나친 음주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비만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조절이 필요하다. 일단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는 근거 없는 잘못된 의료지식에 흔들리지 말고 지체 없이 가능한 한 빨리 뇌졸중 전문병원에 이송을 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급성기의 고비를 넘긴 환자들은 비록 장애가 남아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노력에 따라 회복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용기를 잊지 말고, 의사와 가족과 함께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하겠고 이와 더불어 정기적으로 신경과를 방문하고 뇌졸중 전문의와 상담하여 뇌졸중 재발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출처: 건강을 위한 첫걸음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