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주영훈이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본인의 지병인 심실 조기흥분증후군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을 말했다. 또한 이 질환에 얽힌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사람들에게 이상한 오해를 받기도 했고, 징병검사를 네 번이나 받는 등 그간의 고충을 털어 놓고 병역 비리 의혹을 산 것에 대한 억울한 심정까지 밝혔다.
주영훈의 군 면제 원인인 심실 조기흥분증후군이라는 병명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다소 생소한 병명이다. 순천향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정진욱 교수는 “조기흥분증후군은 이름처럼 흥분을 빨리 하는 병이 아니라 심장이 뛸 때 전기신호가 있는데 이 신호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장은 심방과 심실로 나누어져 있으며 전기신호 역시 심방에서 시작되어 심실로 넘어올 때 방실결절이라는 곳을 통하게 된다. 방실결절에서 적당하지 않은 전기신호는 걸러지고 일단 방실결절을 통과한 전기신호는 심실전체를 동시에 수축시키도록 심실내에서 퍼져나간다. 즉, 방실결절이 심방과 심실을 연결하는 유일한 검문초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비유할 수 있다.
심실 조기흥분증후군에서는 부전도로가 있어
그러나 심실 조기흥분증후군에서는 방실결절 외에 심방에서 심실로 전기신호가 전달될 수 있는 부전도로 (accessory pathway)가 있다. 부전도로는 검문초소가 아닌 그냥 열려있는 문으로 비유할 수 있다. 즉, 이곳을 통해서 심방의 전기신호는 아무런 제약 없이 심실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부전도로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심방에서 매우 빠른 비정상적인 부정맥이 발생하게 되면 부전도로가 있는 경우 심실도 덩달아 매우 빠르게 반응하게 된다는 점이다. 심실이 너무 빨리 수축을 한다는 것은 실제로 피를 제대로 짜주지 못한다는 뜻이 되며 이러한 경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부전도로가 비정상적인 빠른 회귀성 빈맥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급작스러운 두근거림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실 조기흥분증후군에 대한 오해도 많아
또한, 정진욱 교수는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긴장을 하면 작은 혈관으로 피가 새고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는 질환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운동이나 긴장에 의해 항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심방세동이나 심방빈맥과 같은 빠른 부정맥이 동반되거나 회귀성빈맥이 발생하는 경우에 응급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조기흥분증후군은 희귀질환이 아니며, 심전도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부전도로가 있어도 빠른 부정맥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임상적으로는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이 질환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항부정맥제를 복용해야 하며, 약물치료로도 조절이 잘 된다. 만약 빠른 부정맥이 발생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전극도자절제술이라는 방법으로 부전도로를 제거해야 한다.
출처: 건강을 위한 첫걸음 하이닥
(www.hidoc.co.kr)